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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세대공감 공모전 사례부문 - 은상 1
Year : 2021년   입상 : 은상
Name : 관리자   Date: 2021-10-28   |   Hits : 757

영남일보 '2021 세대공감 공모전' 銀賞 함지고 황정호 교사 수기

 

"온신이지고 했더니 거리감 없이 다가와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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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함지고 1학년 2반 학생들과 함께 교복을 입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황정호 교사 제공〉


'라떼는 말이야!' 작년 한 해 전국을 강타한 말일 것이다. 오죽하면 'Latte is horse'라는 말까지 있었을까.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어디 물어보지도 못하고 혼자서 무슨 뜻인지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 말의 뜻이"나 때는 말이야…"라는 '옛날의 영광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서 어찌나 허탈하던지. 예전에는 많이 썼던 말 같은데 요즘은 젊은 세대를 포함한 학생들이 너무 싫어하는 말 같아서 쓰지 않은 지 오래된 말인 듯하다.

학급신문에 '라떼는' 코너 만들어
우리 반 학생들 재능·관심사 파악
부모님 전기문 만들기 프로젝트로
공경·배려심 갖춘 아이들로 성장



인성도 서로를 공감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좀 안다고 느껴져야 함양된다고 생각한다.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를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현재는 나와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을 잘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옛말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온고이지신(溫古而知新)'이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게 된다'라는 뜻인데 이 말을 뒤집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온신이지고(溫新而知故)'이다. 새로운 것을 먼저 알고 나서 옛것을 익혀 보는 것이다. 구(舊)세대인 내가 먼저 신(新)세대인 학생들에게 물어 봐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어쩌면 아이들이 마음을 좀 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여 현재 내가 맡고 있는 반에서는 세 가지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우리 반에서 매주 발간되는 학급 신문의 한쪽 빈칸에 '저희 때는 말입니다'라는 코너의 신설이다. 사실은 나 또한 우리 반 아이들이 요즘은 무엇을 관심 있어 하는지도 궁금했고 그 아이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어쩌면 나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매주 한 명씩 자신이 요즘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사나 재능에 대해서 작성해 보도록 했다. 네일 아트, 만화 그리기, 만들기 등 공부 이외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와 재능이 나와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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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반 학생들이 만든 학급 신문 일부. 〈황정호 교사 제공〉


두 번째 프로젝트는 'Between Us(우리끼리만)'라는 노트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 노트는 우리 반 학생들과 담임인 내가 1대 1로 한 권의 노트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아이들의 고민이나 말로 하지 못하는 걱정도 공유해보려고 생각해낸 프로젝트다. 아직은 고등학교 1학년이라서 그런지 표현을 잘하는 편인 것 같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매일매일의 일기를 적어놓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그들의 생활문화를 솔직하게 적어 놓은 아이들도 있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읽고 있다 보면 귀엽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직접 들었을 때는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그런 이야기들이 찬찬히 읽은 글을 곱씹으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니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이해가 가는 부분도 많다.

마지막 세 번째 프로젝트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위한 것이다. 가정에서의 관계가 원활해지고 가정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부모님의 전기문 쓰기'였다. 짧은 시간에 쓰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 진심을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우선 한 달 정도는 부모님의 일대기를 조사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였다. 부모님은 언제 태어났고, 어떻게 자랐으며, 어떻게 생활했고,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해서 지금 자신의 부모님이 되었는지의 시간을 꼼꼼하게 조사를 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뼈대 만들기 작업을 했다. 마지막으로 한 달 정도는 천천히 부모의 일대기를 생각하면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한 아이의 글이 기억에 남아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골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아버지이며 중간에 많은 시련도 있고 고통도 있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현재의 가족을 위해서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도전하는 그런 모습에서 자신의 부모라는 것이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다는 글이었다. 비록 거창하지는 않았지만, 그 담담함 속에서 '그래도 많이 성장했구나!'하며 진솔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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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일대기를 쓴 전기문. 학생들은 전기문 작성을 통해 부모님과 소통하며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정호 교사 제공〉

 

우리 반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며 어른 세대에 대해서 이제는 좀 거리감 없이 편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버릇없는 행동이 아니라 진심으로 배려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지닌, 인성적으로 크게 성장한 아이들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편하게 다가와 주는 아이들 덕분에 거의 20년이 넘는 세월 만에 교복이라는 것을 입어보게 되었다. 40대인 내가 이렇게 학생들 속에서 그것도 같은 교복을 입고 서 있을 것이라고는 학기 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주었다."선생님! 우리 같이 교복 입고 단체 사진 찍어요!" 이 한 마디에 망설임 없이 "그래! 찍자!"하고 바로 교복으로 갈아입고 찍게 되었다.

지금 우리 함지고 1학년 2반 교실에서는 괴롭힘이나 따돌림, 세대 갈등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나 웃음 가득하고 다른 선생님에게도 애살스럽게 다가가는 아직은 순수하고 반듯한 반으로 커가고 있다. 주변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1학년 2반은 어떻게 어른의 말을 저렇게 잘 경청해요?" "2반은 아이들이 참 밝네요"라는 말이다. 우리 2반은 열심히 경청하고 웃으며 함께 앞을 보고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성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을 발판 삼아 인성적으로나 학업적으로 더욱더 커나갈 것이다. 그 길에 아이들 혼자만 밀어 넣지 않고 함께 서로가 똘똘 뭉쳐서 헤쳐나갈 것이다. 교사인 나부터 '온신이지고'를 따라 먼저 그들에게 다가갈 것이며 그들을 이해할 것이고 그들과 함께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우리 멋진 1학년 2반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

황정호 함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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