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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확인

문자로 통하다
Year : 2016년   입상 : 가작
Name : 관리자   Date: 2016-11-14   |   Hits : 1762

아이들 키우는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부모에게는 자식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보물이라 애지중지 잘 키워서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 천륜을 저버리는 일에 대한 뉴스들이 자주 등장하여 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가정에서 왜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가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앞으로 더는 이런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4살 터울인 아들 둘을 둔 직장맘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큰아이가 작은 아이를 데리고 공놀이다 자전거 탄다 하면서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놀았습니다. 그 때는 엄마인 제가 아이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쓸게 없어서 몸도 마음도 편했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에게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조금씩 남자가 되어감을 느낄 즈음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부터는 대화라기보다는 싸움에 가까운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아이는 방문을 꽝꽝 소리나게 닫아버리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나름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저 나름대로 속상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큰 아이 성격이 저의 성격을 참 많이 닮았는 것 같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하다보니 타협하기 보다는 서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계속 상충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지요. 아들은 아빠와 통해야 한다며 남편에게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저는 뒷전으로 물러나서 방관자처럼 지내보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아이와 갈등만 쌓이고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어 너무 힘든 상황일 때 우연한 기회에 상담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공감’, ‘소통’, ‘경청’ 등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접하면서 아이와 얘기할 때 제가 진정한 공감이나 경청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학교 얘기를 하면 경청하기 보다는 내가 무슨 말을 해줘야 아이가 선생님에게 칭찬받을 수 있을 까라는 생각이 앞서서 항상 훈계를 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모범 답 인양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아이가 그대로 했는지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문제를 엄마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바로 문제를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므로 아이에게 즉각적인 행동수정을 요구하는 등 아이의 입장이 아닌 제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아이가 얘기할 때는 자신의 얘기를 진정으로 들어줄 상대가 필요해서였는데 엄마인 저는 제 얘기만 하고 있었으니 아이가 말문을 닫아 버린 거지요. 사실 가족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위해 준다는 것이 아이의 마음은 이해하지 않고 항상 잔소리만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도한 첫 번째 방법이 ‘아이의 마음 읽어주기’ 였습니다.
 
아들 : “엄마, 오늘 수학시험 망쳤어.”
엄마 : “속상했겠네”(아이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 주기)
아들 : “응, 다 아는 문젠데 검산하면서 답을 수정해서 틀렸지 뭐야”
엄마 : “그럼 더 속상한데”(아이의 속마음 알아주기)
아들 : “근데 다른 문제는 답을 고쳐서 맞춘 것도 있어”
엄마 : “정말? 다행이다”(진심으로 공감하며 기뻐해주기)
 
아이가 시험을 망치고 게다가 다 맞춘 문제를 검산하는 과정에서 수정해서 틀렸다니까 제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들이 있었지만 그런 저의 감정은 눌러두고 아이의 마음만 읽어주고 아이의 진심을 알아주는 대화를 하면서 서서히 아들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 상황이라면
아들 : “엄마, 오늘 수학시험 망쳤어.”
엄마 : “너는 시험만 치면 맨날 그 소리쟎아. ”
아들 : “다 아는 문젠데 검산하면서 답을 고쳐서 틀렸지 뭐야”
엄마 : “검산은 왜 해서 틀리길 틀려”
아들 : “엄마하고는 말이 안 통해”
그러고는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을 겁니다.
 
그런데 마음 읽기를 통해서 아이의 속마음을 알아주고 아이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 주었더니 아이와의 관계는 호전되었으나 제 마음은 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 자리에서
얘기하면 잔소리만 되고 예전처럼 관계가 악화될 거라는 두려운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와 평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남편이랑 싸운 후 몇 날 며칠 끙끙 앓다가 핸드폰으로 이런 저런 내용의 문자를 보내면서 해결한 기억이 났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핸드폰에 문자를 보내는 것도 괜챦겠다 싶어서 문자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직접 얼굴을 대하고 얘기할 때는 아이에 대한 못마땅함이 얼굴 가득 나타나서 분위기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고, 내뱉는 말 또한 마음에 상처가 되는 질책의 단어들이 여과 없이 아이에게 쏟아 부어졌는데 문자를 보낼 때는 저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되도록 정선된 단어를 선택해서 훨씬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 문자를 보내기 전에 몇 번이나 읽어보고 고쳐서 다시 쓰고 하면서 제가 진정으로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에게 저의 마음이 잘 전달되도록 쓴 문자인지 읽고 또 읽어보면서 아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귀가 되어졌을 때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문자를 통한 대화는 직접적인 대화를 할 때보다 엄마가 자기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어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게 되었고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기도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답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 대한 간극을 좁힐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간단한 방법으로 아이와의 힘든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이 된 아들과는 지금도 문자나 카톡을 통해서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가끔은 제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편한 마음으로 적어 보내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가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되는지 부모 교육을 따로 받은 적도 없고, 학창시절 부모 되는 방법에 대한 공부를 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부모가 되어 아이를 양육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면할 때 마다 힘든 상황이 발생되는 것이라 봅니다.
20여년을 부모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이제 조금 부모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좋았기에 혹 아이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정이 있다면 적극 추천해드립니다. 분명 좋은 관계를 회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 희망의 끈을 놓치말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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