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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확인

인성의 첫걸음, 소중한 추억
Year : 2016년   입상 : 가작
Name : 관리자   Date: 2016-11-14   |   Hits : 1425
나는 저녁식사를 생각하면 늘 내가 자라온 우리 집 저녁식사가 생각난다. 몸이 아프셔서 앉아 계시는 것조차도 힘드셨던 할머니께 먼저 죽을 드리고, 할머니께서 다 드시면 우리는 할머니 옆에서 다 같이 모여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그 때는 비록 그 시간이 소중한지 몰랐지만, 지금은 그 추억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한 상에 머리를 맞대고 모여 식사를 하진 못했지만, 함께 했던 그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다. 그 후로 나는 늘 그 시간이 그리웠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의 엄마가 된 지금 나는 그 시간을 꿈꾼다.
 
밥상머리 교육의 후기를 공모한다는 글을 보고, 나는 우리 가족이 그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집 밥상머리 교육은 내 꿈처럼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궁금해진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 보았다.
 
아이들은 저녁식사 때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서로의 먹는 속도를 맞추며 대화를 나눈다. 수업시간에 있었던 이야기, 친구들과 놀았던 이야기, 서로에게 해주고픈 이야기, 더 나아가 어제와 오늘의 사회 문제까지 우리 식탁의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나는 처음에는
 
“수업 시간에 무얼 했니?” 보다는 “오늘의 수업 과목은 뭐였니?”로
 
“오늘 급식은 어땠니?” 보다는 “오늘 급식 반찬은 뭐였어?”로
 
“쉬는 시간에는 무얼 하니?” 보다는 “쉬는 시간에는 누구와 무엇을 했니?”로
 
“선생님은 오늘 어떠셨어?” 보다는 “선생님은 오늘 어떤 옷을 입고 오셨니?”처럼 바로 대답할 수 있게끔 쉬운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머뭇거림 없이 바로 대화에 참여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화는 이어졌다. 처음에 아이들은 내가 물어본 만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현상만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제는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요 근래에는 가까운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이 우리 집 밥상머리 대화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다 함께 저녁을 먹고 마음 편히 쉬고 있는 시간에 일어난 지진은, 우리 가족에게는 큰 사건이자 무서움이 되었다. 처음 겪는 큰 지진과 더불어 근거 없는 소문에 아이들은 물론 나 역시 많이 두려웠다. 이것을 그냥 모른 척 방치한다면, 자칫 심하게는 불안증처럼 개인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저녁에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시간을 통해 이 공포를 이겨내기로 했다. 이번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느낌, 솔직한 심정을 서로 이야기하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날 때는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하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근거 없는 소문의 실체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하다 보니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밥상머리 교육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밥상머리 시간이 밥상머리 이후의 가족 시간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다보면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이 주제는 식사 이후의 시간까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채워준다. 때로는 나눴던 대화가 끝나지 않아 계속 이어서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비슷한 주제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 가족은 식사를 하며 학교에서 했다거나, 보고 들었던 재미있는 게임에 대해, 또는 엄마, 아빠가 어렸을 적 했던 게임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대화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며, 식사시간 이후에는 가족이 함께 직접 게임하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 가족은 부루마블, 우노 같은 보드게임을 하거나 윷놀이, 공기놀이처럼 전통게임을 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배드민턴, 바둑처럼 운동게임을 하거나 간단히 제로게임이나 가위바위보 같은 게임을 할 때도 있다.
 
별 것 아니고 시시할 것 같은 이 시간이 가족에게는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 된다. 아이들은 식사 중에 무슨 게임을 하자며 제안을 하고, 게임의 팀은 어떻게 나눌 건지 의견을 나누고, 어떻게 이길 건지 전략을 짜기도 한다. 또 게임을 하며 자연스레 가족 간의 대화 시간이 늘어나고, 게임을 통해 공정함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교육이 된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스마트폰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으로 게임 중독이라든지, 가족 간의 대화와 소통부재로 인한 가족문제, 더 나아가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예외가 될 것이라 믿는다.
 
어찌 보면, 밥상머리교육은 가족이 모두 모여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눔으로써 시작하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곧 개인문제, 가족문제,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기본 인성의 첫걸음이 되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가족에게는, 대화를 하고 게임을 하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이 저녁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의 나처럼 훗날 가족의 저녁 시간을 가장 따뜻한 시간으로 기억할 수 있게끔, ‘함께하는 밥상머리’를 통해 소중한 추억을 남겨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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