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커뮤니티 > 수상작확인

수상작확인

가족이 힘
Year : 2016년   입상 : 가작
Name : 관리자   Date: 2016-11-14   |   Hits : 1494
햇가족인 요즘시대엔 밥상머리 교육을 따로 할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잘 없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우리가족은 틈틈이 함께 있는 순간순간이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는 원천이 된다.
돌아보면 아득한 두 살 터울의 다섯 살 세 살 나의 어린 아이들은 여느 남자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아주 천진난만, 개구진 모습 그대로로 인사는 커녕 반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 완전 무버릇 대표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빠는 항상 밤낮없이 바깥일 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잘 없었고 혼자 오롯이 어린 아이 둘을 키우랴 집안 살림하랴 힘든 내가 그나마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할 곳은 집에서 가까운 곳 바로 할아버지 댁이었다.
할아버지 댁에 도착하자마자 어린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인사부터 하게 하는 것이었고 아이들은 아무 생각없이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하기 시작했고 매주말마다 한달 두달 석달 가랑비에 옷젖듯, 적금 차곡차곡 쌓이듯 한마디 두마디 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아이들은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서슴지 않고 자동으로 인사하는 인사대장이 되어 있었다.
이 모두가 할아버지 댁 갈때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인사 시킨 보람이었으리라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식사예절도 가르치시곤 하셨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지저분하게도 먹고 음식 남기는게 다반사였을 터인데, “잘 먹겠습니다.” 인사부터 농부 아저씨가 얼마나 피땀 흘려 농사지어서 우리가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는지, 다 먹고 난 후 내 밥그릇에 묻어 있는 쌀 한톨까지 물 부어서 싹싹 긁어 먹는 방법까지 매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셨다.
어린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이런저런 가르침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기도 하면서 어느샌가 시간이 흐를수록 또 몸에 베이기 시작했다.
그땐 내가 보기에도 ‘아버님도 참, 어린 아이들에게 뭐 저렇게까지 하시지?’
솔직히 말해서 심하다 할 정도여서 인상 찌푸린 적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 감사한 일이 되어버렸다.
적어도 내가 그렇게까지 가르치려면 시간이 아주 아주 많이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거기다가 가끔씩 오시는 아이들의 큰아빠가 한 몫 하신 것이 또 있으시다.
다섯 살 큰애가 엄마인 나에게 “엄마, 밥.” 하며 밥 달라고 짧게 말했을때 지나가시던 큰 아주버님이 듣고 “엄마, 밥 주세요 해야지, 친구 아니라 어른들께는 말을 높여야 한다.” 딱 한마디 하셨는데 머리가 좋은건지 겁을 많이 먹은건지 그 때부터 큰아이는 “~해주세요”라고 말을 높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습관처럼 되버렸다.
그러다보니 두 살 터울 동생은 당연히 형이 하는데로 따라 시작하고...
몇 번의 아이들 큰아빠가 지나가면서 한마디 툭 던진 말들이 아이들에겐 스펀지 처럼 스며들었고 난 또 아버님에 이어 아주버님까지 감사함을 느낀다.
밤낮없이 일하기 바쁜 아빠의 부재를 아버님과 아주버님이 채워주신것 같아 내겐 더 없이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여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열일곱, 열다섯의 어엿한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유년기의 아이들에게 없었던 아빠는 사업의 실패로 이직을 하면서 밤낮없던 시간들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가족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없던 아빠가 있어버리니까 나와 아이들은 조금 아니 많~~이 낯설고 불편한 시간들을 오롯이 받아들이면서 불편함이 낯익음으로 친숙함으로 바뀌어가더니 지금은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아빠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린 시절의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아쉬워하면서 지금이라도 더 함께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산책하고 함께 운동하고...
그러면서 점점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신중을 기해 만들었던 가훈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積善之家 必有餘慶/선을 쌓는 집에는 경사가 있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먹고 사느라 선을 쌓으려고 노력한 적도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 쑥스럽기도 하지만 하여튼 우리집 가훈은 적선지가 필유여경이다.
우리 가족이 다 함께 앉아서 벽에 걸린 가훈을 보면서 선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박한 이세상 선~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빠가 있으면서 또 하나의 작은 모임?도 만들어졌다.
가족회의! 한달에 한번,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에 가족회의를 하면서 처음에는 많이 어색하고 말하기도 껄끄럽고 쭈뼛쭈뼛 웃기만 하면서 할 말도 잘 못했었는데 갈수록 자기 할말도 해가며 반성할 건 반성하고 고칠 건 고쳐가며 자리 잡는 우리집 가족회의가 아이들에게도 좋은 하나의 교육으로 되어 남는 것 같아 참 보기가 좋았다.
비록 몇 년하고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흐지부지 되어 버리긴 했지만..
그리고 우리 가족 특히 아이들 아빠가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인사 잘하는 아이, 정직한 아이다.
어린 아이일때는 할아버지 덕분에 인사 대장이었던 이이들은 점점 클수록 인사도 잘 안하게 되고 또 해도 작은 목소리로 아니면 말없는 목례정도로만 해서 참 많이 아쉬울때가 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쑥스러워서 그렇단다.
분명 사춘기~오춘기 정도쯤의 나이라서 그럴터라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인사는 제대로 해야 제맛이라고 했더니 노력해 볼께요 하며 씩~웃고는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도 너 나이 때 그랬을라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거 보면 나는 분명 인사는 잘 했지 싶으다!..
아이 아빠는 무던히 노력을 했다.
자고 일어나는 아이들에게 먼저 “잘 잤나?” 인사를 건네고 출근길에는 나에겐 “오늘 하루도 힘내시오.”, 아이들에겐 “오늘 하루도 파이팅!” 한명씩 다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나서야 출근을 한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몇 달 몇 년이 되다보니 지금은 서로 아침인사 건네고 서로 출근길, 등굣길 전에 현관문 앞에서 파이팅을 건네고 안아주고 뽀뽀하고 각자의 일터로 학교로 아침을 맞이한다.
분명 처음엔 어색했던 일들이 지금은 당연한 일들로 받아들이는 걸 보면 참 희한한 일이구나 싶으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익숙하게끔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 남편에게 감사하다.
이런게 사랑의 힘, 가족의 힘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인성교육도 밥상머리 교육도 딱 정형화된 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시시때때로 순간순간 함께하면서 만들어 가는 게 참교육이 아닐까 싶다.
인사도 중요하지만 우리 가족에겐 특히 더 중요시하는 게 바로 정직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다투는 일이 흔하다.
그러면서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어울려 노는게 다반사고.
이런 저런 과정에서 키 작고 체격 작은 우리 작은 아이는 오해도 많이 받고 덤탱이도 많이 씌인다.
한날은 아는 동생이랑 놀다가 휴대폰 잠시 빌려 달래서 전화 한통 하고 바로 돌려준 게 다였는데 그 아는 동생이 주말 아침에 자기 아빠의 손을 잡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
이유인즉슨 휴대폰 유심칩을 망가뜨린 범인이 우리 작은 아이라는 거다.
우리 작은 아이는 아는 동생 아빠가 다그쳐 묻자 울면서 자기가 그런거 아니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이미 울어 버리는 순간부터 오해는 시작 되었다.
아이들 싸움에 어른 싸움이 될 것같아 일단 돌아가서 다시 아이의 말을 잘 들어보고, 진짜 우리애가 잘 못한거라면 그 때 다시 오시라고 정중히 돌려 보냈다.
그리고는 똑바로 앉아서 정직하게 말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너가 잘못한 거 맞다면 지금이라도 가서 정중하게 사과해야 된다고..
지금 얼렁뚱땅 넘어간다고 해서 이 일이 해결 되는 거라고 본다면 큰 오산이라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정직하게 다 말하고 바로 잡고 가는 게 옳은 거라고..
작은 애는 끝까지 자기가 망가뜨린게 아니라고 정직하게 말했고, 두 번 다시 그 아이와 아빠는 찾아오지 않았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정직하게 살아가는 게 맞다고 우리가족은 그렇게 알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제 아무리 무서운 경찰이 나에게 들이 닥쳐도 내가 잘못 한 게 없고 정직하다면 천지 겁낼 것이 없으니까 울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우리 작은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가 정직하다면 울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큰 아이가 되어 가고 있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뭔지, 밥상머리 교육이 어떤건지 나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잘 컸으면 하는 욕심은 참 많다.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곧 공부’가 아니라 아이들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 있어서 제대로 된 인성이 중요하다는 건 안다.
어떻게 교육 시킬지는 잘 모르지만 가족이 “함께” 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배려하며 살다보면 자연히 익숙하게 배워지는게 곧 인성교육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얼마 전 학부모 교육에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긍정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한다.
어른인 나도 쉽지 않은 이 긍정 마인드를 어떻게 아이들에게 심어줘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껏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현실화 했듯이 나부터 조금씩 긍정 마인드를 습관화 하다보면 어느새 또 아이들은 내 곁에서 스펀지처럼 빨아 들이겠지..
점점 쌀쌀해지고 추워지는 10월,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늘 힘이 되어 주는 에너지가 된다.
“긍정 에너지”
 
첨부파일 :